반응형

돼지고기 먹어 돼지고기

회사에서 업무 보고 있는데 옆자리 분이 이베리코 돼지고기 이야길 꺼내더라고요. 기업 제휴 담당 부장님인데, 방금 이베리코 수입업자 미팅했다면서, 야생에서 도토리 먹고 자란 스페인 흑돼지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가격은 한우보다는 저렴하면서 어디 선물해도 '있어 보이는' 가치가 있는 돼지고기. 부모님 선물 할 겸 이베리코 등급과 이베리코 가격 좀 알아봤습니다.

 

야생에 방목해 키운 돼지고기의 맛

최근 국내에도 이베리코 흑돼지가 많이 소개되며, 이베리코고기만 취급하는 음식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세계 4대 진미라도 일컬어지는 이베리코 흑돼지는 스페인 데헤사 지방에서 키운 흑돼지의 품종이죠.

 

 

그런데 같은 이베리코라도 등급이 다릅니다. 이 등급이라는 게 한우처럼 투뿔한우 원뿔한우, 1등급한우 식으로 고기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베리코돼지가 뭘 먹고 어떻게 길러졌는지에 따라 다른 이름이 붙는데요. 이베리코고기는 크게 가장 높은 등급인 베요타(Bellota , 스페인어로 도토리라는 의미)부터, 베요타(Bellota)등급  〉세보 데 캄보(Cebo de campo)등급   〉세보(Cebo) 등급으로 나눈답니다.

 

이외에 블랙라벨, 레드라벨, 그린라벨, 화이트라벨, 이렇게 나누기도 하는데요. 등급 차이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이베리코 베요타, 그리고 블랙라벨

이베리코 블랙 라벨은 부모 모두 100% 이베리코 돼지인 경우에만 해당됩니다.


또한 이베리코 베요타 등급은 이베리코가 1마리당 100㎡ 이상 목장방목으로 올리브열매 등 오메가9이 풍부한 사료를 먹고 자라다가, 몬타네라 기간 동안 데헤사에서 한 마리당 1ha(약3천 평) 이상 규모로 자연방목돼 62일 이상 도토리를 먹고 46kg 이상 몸무게가 늘면 인증받는 등급이죠. 총 사육기간은 17개월 이상이 기준입니다.

 

베요타와 블랙라벨 둘 다 충족시키면 "이베리코 베요타 블랙라벨"이라고 부를 수 있겠네요. 어떤 음식점에서 내가 지금 진짜배기 베요타를 먹는지 궁금하다면 이게 베요타 중에서도 베요타 블랙라벨이 맞냐고 물어볼 수 있겠습니다.

 

베요타 레드라벨

부모 한쪽이 이베리코 잡종이면 75% 이베리코 품종, 혹은 부모 한쪽이 이베리코가 아닌 경우 50% 이베리코 품종인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이베리코 레드라벨입니다.

그러니까 방목해서 키운 건 맞는데, 잡종이 좀 섞인게 "이베리코 베요타 레드라벨"인 셈이죠. 

베요타 그린라벨? 세보 데 캄뽀?

순종 이베리코 돼지를 방목은 했는데 도토리와 사료로 섞어 먹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을 이베리코 데 레세보(ibérico de recebo)라고 부릅니다.

 

한편 이베리코 베요타 그린 라벨(Green Label)은 레드 라벨과 같이 최소 50%의 교배종이며, 교배종이면서 도토리와 함께 사료도 먹이로 제공한 돼지를 말합니다.

 

베요타 그린 라벨을 세보 데 캄포Cebo de Campo)라고도 부릅니다. 그러니까 세보 데 캄포인데 '베요타 그린라벨'이라는 이름으로 최고 등급 베요타로 말바꾸기 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하죠. 


세보 데 캄보(Cebo de campo)등급은 이베리코가 1마리당 100㎡ 크기로 목장에 방목되어 올리브 열매 등 오메가9이 풍부한 사료를 먹고 자라면 인증 받는 등급으로, 총 사육기간은 12개월 이상입니다.
 

베요타 화이트라벨 = 세보

베요타 화이트 라벨도 최소 50%의 교배종이며, 역시 사료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화이트 라벨의 경우 방목을 하지는 않고 오직 사료를 먹여서 키운 이베리코 잡종 돼지로 이베리코 최하 등급입니다.

 

비슷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이름이 바로 세보(Cebo)입니다. 세보 등급은 이베리코가 1마리당 1㎡ 사육장에서 사료를 먹고 자라면 세보 등급을 인증받는 등급. 총 사육기간 10개월 이상입니다

이베리코 베요타 맛와 세보 맛 차이

이베리코돼지를 방목을 해 키우면 맛이 더 좋아진다고 합니다. 운동량이 많아 근육의 젖산율이 증가해 맛의 균형감이 한층 더 좋아지고 또한 지방층에서 고소한 풍미가 더욱 살아난다죠.

 

저는 마켓컬리에서 이베리코 세보와 베요타 블랙라벨 등급을 각각 사서 구워먹어봤는데요.

 

좀 덜 익혀 먹는게 맛있다고 해서 덜 익혔습니다. 목살을 사다 먹었는데 내가 산 이게 목살인지, 소고기 안심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연하더군요. 소고기의 연함과 돼지고기의 고소함을 아울러 갖췄다는 그 말이 이베리코 세보의 맛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낮은 등급인 세보가 이 정도인데, 이베리코 베요타 등급은 얼마나 맛있을까? 하고 용기를 얻어 모처럼 열린 가족 모임에 이 녀석을 초대했습니다.

 

마켓컬리에서 주문한 이베리코 베요타.

 

블랙라벨이라는 것을 말해주듯 검은바탕에 왕관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베리코 베요타와 이베리코 세보 등급은 이렇게 색깔부터가 다릅니다.

베요타쪽이 보다 소고기와 같은 느낌인데요. 실제로 엄마가 이걸 드셔보시곤 진지하게 "이거 돼지고기 아니잖아!"라고 외치셨습니다. 다들 눈 감고 먹으면 소고기인 줄 알겠다는 품평.

 

확실히 세보보다는 이베리코 베요타 블랙라벨쪽이 좀더 쫀득한 느낌이 들고, 향(?)이랄까, 하는 게 느껴집니다. 도토리를 먹고 자랐다는 말 때문에 그런지, 마치 고기에 슬라이스 도토리묵을 싸먹는 것 같은... 기분과 맛이 혼재된 느낌이던데요.

 

색깔도 도토리에 물든 듯 등급이 올라갈수록 검습니다. 블랙라벨이라는 이름이 그래서 붙은 거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이베리코 베요타 가격과 세보 가격 차이

 

왼쪽부터 각각 이베리코 베요타 가격, 두번째가 그린라벨인 이베리코 데 레세보, 그리고 세보입니다. 100g당 판매가가 등급별로 1500원 정도로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네요.

 

목살이 정말 연하면서 풍미가 뛰어났는데 삼겹살, 갈빗살 맛은 어떨지 궁금하더군요. 소고기같은 돼지고기, 이베리코 베요타를 먹고 있으니까 씹을수록 정말 알흠알흠다운 감탄사가... 즐거운 저녁이었습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